라떼 Latte(natte)

라떼 PC통신 유머 ㅋㅋㅋ : 7

motting 2021. 9. 13. 23:55

라떼 PC통신 유머 ㅋㅋㅋ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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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  호 : 10351/25055           ▶ 등록자 : LOTTE97               │
│  ▶ 등록일 : 98년 05월 22일 18:54                                    │
│  ▶ 제  목 : [둔남] 신..자..린..고..비..-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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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버지는...전형적인 자린고비랍니다...일명 짠돌이지요 -_-; 
  도대체 버리는 법이 없답니다. 특히 음식물일 경우는 더하죠..    
  일반적인 기준인 유통기한 마저 아버지는 가볍게 초월해 버립니다. -_-;
  한번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려고 둔 햄을 아버지가 발견했습니다.   
  
  "아악, 아버지 그거 유통기한이 지나 못 먹는 건데요. -_-;;;; "
  "이 자슥아, 그라믄 이 아까운 걸 며칠 지났다꼬 버린단 말이가?"

  "아버지, -_-;; 며칠이 아니고 한 달이 지난 것 같은데요. -_-;;;"
  "이 놈아, 찌지면 못 묵는 기 없다. 퍼뜩 물 끼리라, 찌지게."    
   
 그날 저녁식탁엔 결국 부대찌게가 올라왔습니다. -_-; 심심하면 먹다남은
 걸 끌어모아 부대찌게를 만들어 놓으니 도대체 우리집 식탁은 50년대를 
 벗어날 줄 모릅니다. -_-; 난 그날도 익숙한 솔가락질로 국물만 떠 먹었습니다.
 정말 먹은 게 바로바로 올라오려고 하더군요. -_-; 
 숨을 멈추고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_-;;;     
 
 아버지의 신념은 "집안에 있는 음식물은 무조건 먹어 조진다"입니다. -_-;  
 그냥 버리다 발각이라도 되면..... 돋됩니다....-_-;;;

 언젠가 아버지는 냉장고 안에서 김치를 발견했습니다. 이모가 담아준
 김치인데, 너무 오래되서 허옇게 곰팡이가 김치를 뒤덥고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올라올 지경이었습니다. -_-; 

  "아버지, 김치 버리게 봉지 가져 올까요?"
  "니 지금 뭐라 캤노?"

  "버리게...봉지..가져온다고요....-_-;"
  "이걸 버린다꼬? 니 참말로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나? -_-;;;;" 
 
  "아부지요! -_-;;;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곰팡이가 있는데..."
  "곰팡이가 와? 우리가 묵는 된장은 곰팡이 아이가?"

 그날 아버지는 김치를 씻고 씻어 일단 곰팡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 난 정말 곰팡이가 있는 채로 그걸
 먹게되는 줄 알았거든요. -_-; 

 아버지는 그걸 채썰어 김치찌짐을 만들더군요. 그리고 남은 한 포기는  
 물기를 꼭 짜서 쌈을 싸 먹는데 이용했습니다. 물론 다정한 아버지는 
 쌈을 제 밥그릇에도 자주 올려 주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_-;;;  
 밥을 넘기는 즉시 다시 넘어 오려는 걸 참기란... -_-;;;
  
 하여간 아버지와 같이 살다보니 웬만한 건 다 소화할 수 있게 되더군요. 
 위는 정말 놀라운 적응력과 눈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_-;;
 언젠가 친구놈과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였지요.  
 
  "에이 *팔, 머리카락 나왔다."
   
 친구놈은 긴 머리카락 하나를 밥에서 빼내며 벌레씹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녀석은 원래 결벽증이 심한 녀석이었습니다.   
 녀석은 그냥 밥을 한쪽 구석으로 치웠습니다. 녀석 성질에 주인장을
 부르거나 하는 건 체질에 안 맞습니다. 그냥 재수소관으로 여기죠... 

 그 결벽증에 그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을 다시는 위로 통과시키는
 따위의 일은 절대 안 하는 녀석이죠. 지가 왕잔줄 알아...-_-;   
 말이 좋아 결벽증이지 녀석은 내가 볼 땐 일종의 싸이코였습니다. -_-;;;;    
 
 근데 식당에서 나오는 공기밥은 원래 양이 좀 적지 않습니까? -_-;
 그리고 또 음식은 먹어 조져야지 버리면 벌 받는 법이지요. -_-;;;
 
  "너 그거 안 먹을 거야?" 
  "야 임마, 이 지저분한 걸 어떻게 먹어? 머리카락이 나왔는데..."
 
 음.. 밥은 반 가까이 남아 있더군요. 군침이 돌았습니다. -_-;;;  

  "그래도....아깝잖아?"  
  "아까우면 니가 먹어 임마."

 녀석의 그 말은 그냥 무심코 던진 게 분명했습니다. 설마 내가 그걸 먹으랴
 싶었겠지요. 하지만 그 녀석은 저의 본 모습을 잘 몰랐던 겁니다. -_-;

  "에이, 음식을 버리면 벌 받는다잖아. 이리 줘, 내가 먹고 말지 뭐."
   
 녀석은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0_0 녀석은 내가 유유히 밥을 먹는 
 모습을 무슨 기인열전 보듯 했습니다. -_-;;; 그 후로 그 녀석은 날 잘
 안 만나 주더군요. -_-; 어쩌다 만나도 절대 같이 음식을 먹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웬만한 음식은 그냥 삼킬 수 있게된 지금도 
 한계는 있었습니다. -_-; 얼마전에 먹다 남은 피자위를 지나는
 바퀴벌레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었습니다.   

   "으헉! 바퀴...벌레... +_+"
   
 저는 피자를 버리려는 듯한 동작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낌새를 챈 아버지는 나의 수상한 동작을 추궁하러 주방으로 다가왔습니다.
 
   "니 또 뭘 버릴라꼬 그라제? -_-+"
   "아버지예, 이건 마 버려야 되는 겁니더, 바퀴벌레가 지나간 거라서...."

   "바퀴벌레? 그게 우쨌단 말이고?"
   "바퀴벌레가....얼마나 균이 많은데....-_-;;;"

   "이 자슥아, 니 얼마나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릴래? 바퀴벌레는 마 우리
    때는 돈벌레라꼬 일부러 집에다 키우기까지 했는 기라. -_-;"    
   "아부지요!! -_-;;;"

 그날 전자렌지에 데워진 피자조각을 앞에 둔 아버지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자, 다 됐으니 묵으라..."
   "네?? -_-;;; 아버지가 드시는 게 아니구요?"

   "이 자슥아, 내가 언제 피자 묵는 거 봤드나? 이건 느그들이 밥보다 
   더 좋아하는 거 아이가? 잔소리 말고 빨리 묵으라."

   "아부지요!! -_-;;;;"
   "니, 이거 안 묵고 버리믄 꽉 마 지기삘끼다 마....-_-+"
    
   "마 알겠심더. T_T...으...욱....우윽....켁....우으윽....-_-;;;"
     
 그날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_-; 마치 목구멍에서 바퀴벌레가 
 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_-;; 정말 다른 건 다 삼킬 수 
 있어도 바퀴벌레가 지나간 것만은 못먹겠더군요.  
 
 우리나라가 1년에 버리는 음식물이 무려 8조원 어치나 된다는 군요. 
 너무나 아깝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되도록....

   "버리지 말고 먹어서 조집시다.... -_-;;;;"

 둔남의 신 자린고비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