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PC통신 유머 ㅋㅋㅋ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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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 호 : 10675/25055 ▶ 등록자 : PRAESEPE │
│ ▶ 등록일 : 98년 05월 30일 02:41 │
│ ▶ 제 목 : 지하철에서의 황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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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유머라고 올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도 황당한 일이라.......
참고 삼아 미리 이야기 해드리면 저는 대학교 4년 휴학중인 학생입니다.
어제 학교앞에서 누나를 만나러 선릉역에 갔었습니다. 누나네 사무실에 가는
길을 적어둔 다이어리를 들고 지하철 게이트를 통과하는데 역무원이 나를 보고
반갑다는 듯이 다가왔습니다.
"전에도 나한테 걸리지 않았었나?"
그는 매우 반갑다는 식으로 씩 미소까지 지어보였습니다. 아직도 상황판단을
못하던 나는 "이 동네 첨인데요...."
"학생증 좀 보여주지?"
나는 그때까지 일반인이 학생 정액권을 쓰는 것을 단속하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별생각없이 학생증을 보여줬다. "91학번이 아직도 학교 다니나?"라고 그 역무원
은 나에게 물었다. 눈치없는 나는 "1년 휴학중입니다."라고 해 버렸다. 그제서야
그 역무원은 월척을 낚은 낚시꾼의 면모를 보였다. 나를 역무실로 데려 가더니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지하철 공사 규칙이 빼곡히 적혀 있는 규정집을 꺼냈다.
나처럼 끌려온 사람이 전에도 엄청 많이 있었는지 그는 그 두꺼운 규정집에서
누가 학생정기권을 쓸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을 한번 책장을 넘기고는 찾아내는
신기를 보여줬다. 그 페이지에는 형광펜까지 칠해져 있었다. 실제로 교육을
받는 사람만이 학생 정액권을 쓸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거두 절미하고
나는 그때 지하철에 부정적인 방법으로 몸을 싫은 부정승차자가 되어버린것이다.
항상 그런 상황이면 쓰는 비장의 카드를 나는 내밀었다.
"저..... 잘 몰랐었는데 한번만....."
그는 네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역무원은 미리 준비한 신문기사를 내게
보여줬다.
"지하철 부정이용객때문에 적자!!!"라는 헤드라인으로 나온 그 기사는 이제 이걸
보여줄때가 되었다는 식으로 나에게 제시 되었다. 이렇게 잘 짜여진 각본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계산기를 두들겨서 나온 금액은 자그만치 13900원.
IMF시대에 돈을 아낀답시고 아침겸 점심 먹고 나와서 저녁만 먹고 도서관에
있다가 집에 가서 잽싸게 밥을 또 먹는 나로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문제는
그때 그 당시 내가 현금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진게 이거 밖에 없는데요...." 지하철 표 환불받은 것까지 10000원을 디밀었다.
이걸로 해결을 하려고 했던 나의 마지막 노력... 피해의 최소화를 꾀했다.
역무원은 여기에서 해결을 하고 가야 한다고 막무가내였다. 타협의 실마리는
남북 적십자회담보다 가능성이 희박해 졌다. 나는 배째라고 나가려다가 농담
비슷하게 "돈이 없는데..... 카드로라도 긁어 드려요?" 그 때 역무원은 왜
그 이야기를 지금 하냐는 식으로 말했다. "죠기- 현금서비스 기계에 가서 돈
빼서 해결하죠?" 결국 나는 수수료가 700원씩이나 하는 현금서비스기계에서
돈을 뽑아서 벌금을 냈다. 내가 수수료가 너무 비싸네 하면서 망설이니깐,
혹시라고 내가 도망갈까봐 지키고 있던 그 역무원은, 비꼬는 듯이 "수수료를
제가 부담할까요?"하고 말했다. 너같은 놈은 처음봤다는 식으로.
생각할수록 열불이 터져서 문을 쾅닫고 나가서 누나를 만났다. 누나에게 자초지종
을 이야기하는 누나도 열을 받아서 철도청에 전화를 했다.
휴학생이 학생정기권을 쓰는 것을 단속하려면 미리 학생증제시하고 표를 살때
말을 해주던가..... 아니면 단속하기 전에 포스터라고 붙여서 계도를 하고 잡던가
말이다. 지하철 공사 사규구석에 적혀있는 그 규정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팔때는 목돈이 들어오니깐 그냥 팔고, 나중에 잡아서 벌금까지 받아내는 그
슬기로움에 정말 찬사를 보낸다.
누나가 선릉역장에게 전화를 해서 계도가 부족한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그 역무원의 행동이 너무 실적을 올리는 식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냐고 따졌더니
역장 왈 "그 사람은 실적이 우수한 역무원이라... 말할수 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지하철의 적자가 너무 심해서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지하철이 적자라서 그런식으로 벌금을 물려서라도 충당할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들려서 참으로 황당했다.
규정대로 처리했다고 하니 할말은 없으나 구석에서 짱박혀 있다가 갑자기
달려나오는 교통경찰한테 걸려서 벌금물은 기분은 지울수가 없었다.
선릉역에 자주 가시는 휴학생여러분 조심하십시오 저처럼 개값 물지 마시고요...
독사같은 역무원이 언제 여러분에게 학생증제시와 함께 지하철 규정을
들이대고 돈을 요구할지 모릅니다.
- praesepe -